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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공지] [민들레교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날짜 2024.01.24 14:39
글쓴이 샘복지재단 조회 65
한국어 교육을 희망하는 현지 학생들이 등록하고 교육이 시작되었을 때, 한국어 교육을 맡아 가르치고, 한국문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진행해야 입장에서 두 가지의 마음이 공존하였습니다. 새로운 학생들이 왔다는 기대감과 기쁜 마음이 드는 동시에, “이 학생은 언제쯤 포기할까? 1개월? 2개월?” 이라는 마음입니다.  
버스도 없고, 밤이 되면 가로등도 적어 길이 어둡고, 겨울에는 택시도 잘 잡히지 않는 이곳까지 와 주는 아이들이 정말 고맙고 예뻐서 사랑과 애정을 많이 주었는데, 다양한 이유로 한국어 교육을 포기하는 학생들을 볼 때면 참 안타까우면서도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의기소침해 있는 나의 눈을 번쩍 뜨게 하고, 웃게 만드는 아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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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민들레교실에서 한국어 를 배우기 시작한 ‘로만’이라는 학생입니다. 새로 등록한 신입생 중에서 6살로, 나이도 제일 어리고, 키도 작은 남자아이입니다. 기초반에서 자음과 모음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로만은 지난 백일장에서 ‘독도’라는 그림을 그려 모두를 놀라게 했고, 저학년부 시상에서 2등을 차지했습니다. 민들레교실 지난 10월 전통 놀이 문화 [한국의 역사] 수업 중 외교부에서 제작, 배부한 ‘독도’라는 영상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인 학생은 당연히 교육 받아야 마땅하지만, 외국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라는 우려와 함께 수업에서 ‘독도’영상을 보여주었는데, 의외로 학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이 수업에 참여했던 로만은 “저는 독도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사회과 부도에 나오는 독도에 사는 동물들을 보고 그렸어요”라며 너무도 기쁘고 자랑스럽게 수상 소감을 말해주었습니다. 로만은 지금도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쉬는 시간에 자신이 한국 노래 가사를 쓸 수 있다며 뭔가를 열심히 적어서 보여주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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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듯이 극동 지역 연해주의 겨울은 참 길고 춥습니다. 코로나 19가 한창이었을 때 사람들은 코로나보다도 독감에 걸릴까 더 두려워했고, 실제로 독감으로 유명을 달리 하신 분들이 주변에 많았습니다. 우수리스크에서 사귄 친구 중에서 독감으로 인해 어머님, 아버님을 동시에 떠나보낸 일도 있었습니다. 한국어 교육도 추운 겨울 날씨로 인해 수업 때마다 아파서 수업에 참석할 수 없다는 문자들이 많이 옵니다. 열이 나면 39도까지 오르는 것은 기본이고, 40도를 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어제도 여러 명의 학부모에게서 자녀들이 아파서 참석할 수 없다고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그렇게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아파서 집에 있어야 할 학생이 교실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순간 “내가 학생의 이름을 착각했나? 분명히 아파서 못 온다고 했는데…”. “아프지만, 많이 안 아파서 왔어요. 엄마가 가고 싶으면 가래요~” 열이 있어서 얼굴은 빨갛고, 기침은 여전히 하는데……. 편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 단숨에 달려온 그 아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고맙기도 하고 대견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올해는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로 인해, 한국과 러시아 양국의 관계가 좋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매우 불안해했었고, 혹시 그 불똥이 튀어 한국어를 가르치는 우리가 불이익을 당하거나 추방을 당하지는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한국어 교육을 지속할 수 있을까? 라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전화위복이었습니다. 이 나라의 불안한 정세를 걱정한 많은 러시아인들이 한국으로 가기 위해서 한국어 교육을 신청해주었습니다.
 
처음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등록한 학생만 30여 명으로, 현재는 전체 60여 명의 학생이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는지, 이곳을 오게 되었는지 물어보면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학생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국 음식을 빨리 만들어 보고 싶다며, 언제 문화 수업을 하는지 물어보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고무적이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쉽지 않은 여건과 상황이지만, 지속해서 한국어를 가르칠 기회가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열심히 따라와 준 학생들이 대견합니다. 앞으로도 한국어를 잘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더 좋은 환경과 여건 속에서 학생들이 행복하고 기쁘게 공부할 기회를 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수리스크 민들레교실 P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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